할머니·손자·이모·조카…
가족 오케스트라 인기
三代가 함께 맹연습
亞공연예술위 ‘더 드림’
광주여성필 ‘多 소리통’
올해 일흔 다섯인 서춘자 할머니는 오래 전부터 첼로 음색을 좋아했다. 기회가 닿으면 첼로를 꼭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광주여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가족오케스트라 우리는 多 소리통’(이하 ‘多소리통)을 창단한다는 소식에 할머니는 반색했다. 문화센터에서 플루트를 배웠던 며느리 김혜선(37)씨와 손자 정민수(유안초 1년) 군에게 참여를 제안했다. 세 사람은 지난 6월부터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악기와 씨름했다. 이제 첫 연주회까지 앞두고 있어 설렌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악기를 이 나이에 배울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습니다. 이야깃거리도 훨신 풍부해 졌어요. 성취감도 있구요.”(서춘자)
주부 김효진(37)씨는 ‘더드림 패밀리 오케스트라’ 단원이다. 플루트를 연주하는 김씨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딸 임연경(불로초 6)양과 활동중이다. 지난해 임신 중 첼로를 연주했던 김씨는 아이를 낳고 플루트로 악기를 바꿨다. 엄마와 언니의 음악 소리를 들으며 태어난 아기는 요즘도 엄마 품에 안겨 연습장에 온다.
가족 오케스트라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모와 자녀, 손자와 할아버지, 이모·삼촌과 조카 등 다양한 가족들이 음악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전하고 있다.
(사)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더 드림’과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다 소리통’이 대표적이다. 두 단체 모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공모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선정돼 오케스트라를 꾸렸다.
가족 오케스트라는 모집 단계에서부터 하루 만에 정원을 채우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금도 대기자가 많다. 광주에 거주하는 초중고생과 부모(할머니·친척 포함)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악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개별 지참이 원칙이다.
‘더 드림’은 지난해 8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25가족 56명이 활동했고 올해 단은 31가족 90명에 . 단원 중 70% 정도는 난생 처음 악기를 잡아보는 경우다.
최고령 단원인 전명선(70) 할아버지는 외손자 나현호(삼육초 4년)·건호(삼육초 3년) 형제와 함께 연주한다. 할아버지는 클라리넷을, 외손자들은 바이올린을 맡았다. 지난해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엄마의 건강이 나빠져 할아버지가 뒤늦게 합류했고, 클라리넷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는 13일 열리는 정기 연주회 때 첫 곡 ‘10월의 어느 멋진날’을 연주하는 태현이네 가족은 요즘 연습에 한창이다. 처음 가족오케스트라를 제안한 건 엄마 최희정(47)씨였다. 전남대 관현악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큰 딸 지현(21·클라리넷)씨와 민경(20·호른)씨는 악기에 친숙했다. 막내 태현(만호초 6년)이는 피아노와 첼로를 배웠지만 이번에는 누나들의 권유로 트럼펫을 잡았다. 악기는 난생 처음인 최씨는 플루트를, 아빠 명(51)씨는 트럼본을 배웠다.
“어릴 때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악기 교육을 시키고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하기도 했어요. 아이들 후원자만 하다 가족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는 말 듣고 가족들이 함께하고 싶어 제가 다 몰고 얼른 달려갔죠. 애 아빠는 악보도 더듬더듬 보고 고생이 많았죠(웃음). 첫 곡 연주를 맡게 돼 딸 아이 동아리 방에 가서 함께 연습도 하고, 밥도 먹고 하면서 자연스런 대화도 많아졌어요. 그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죠. 나중에 우리 가족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같아요.”
두 팀은 오는 13일 각각 공연을 갖는다. ‘더드림’은 오후 5시 광주 서구문화센터 2층 공연장에서 연주회를 연다. 레퍼토리는 영화 ‘여인의 향기’ 와 ‘록키 ’ 주제곡을 비롯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밴 맥코이의 ‘아프리칸 교향곡’ 등이다. 화순 하리학교 학들로 성된 극단 ‘하리’도 함께 호흡을 맞춘다. 피날레 곡은 두 단체가 함께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다.
같은 날 오후 5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리는 ‘多 소리통’의 공연에서는 헨델의 ‘유디스 마카베우스’ 중 ‘개선의 합창’,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크리스 마스 캐롤 메들리’, 영화 ‘007 시리즈’ 중 ‘제임스 본드’ 테마 등을 들려준다. 광주알핀로제 요들클럽도 찬조출연한다.
2014. 12. 11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