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단체와 손잡고 ‘작은 기적’ 일군 광산문예회관
지난해 12월 광산문예회관 상주단체인 광주여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타악그룹 얼쑤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에서 열린 ‘행복 나눔 음악회’에 참여했다.
두 팀이 무대에 선 사연은 이렇다. 지난 9월 한 기획사 주최로 삼성전자 축제가 열렸다. 이날 광주여성필의 공연을 봤던 삼성전자 직원은 10월 광산문예회관에서 열린 광주여성필의 ‘바이올렛 콘서트’도 관람했다. 김유정 광주여성필 단장과 인연을 맺은 그는 사내 합창 동아리 창단과 관련, 이런 저런 문의를 하고 도움을 받았다. 얼마 후 그 직원은 행복나눔 음악회를 직접 기획했고 광주여성필, 얼쑤 초청공연과 합창 동아리 데뷔 공연을 함께 열었다.
이 사를 발 광산문예회관은 올 한해 상주단체를 중심으로 메세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산 지역 사업장을 찾아가 공연을 선보이고, 또 그들이 공연장을 찾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 중심 프로그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기업들과 결합을 통해 또 다른 문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역 문화계에서 광산문예회관의 변화를 눈여겨 보는 이들이 많다.
사실, ‘광산’은 낙후된 곳, 변두리라는 의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 향유 면에서는 어느 지역 주민들보다 행복한 동네다. 광산문예회관의 존재 덕이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광산문예회관은 5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다. 2002년에 건립된 문예회관은 오랫동안 학예회나 기념식 등이 열리는 ‘행사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광산문예회관에서 어떤 공연을 기획하나 기대가 높다. 공연 관 예산이 1000만원에 과 벌어지는 작은 기적이다.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지난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부터다. 이 사업은 지역 거점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결합을 통해 지역 문화를 키우는 프로젝트다. 광산문예회관은 2012∼2013년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그린발레단, 아트컴퍼니원과 함께 작업했고, 2014∼2015년은 아트컴퍼니원 대신 타악그룹 얼쑤가 활동하고 있다.
광산문예회관은 지난 2013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도 가입, 다양한 공모 사업에 눈을 돌렸다. 광산에서 태어난 윤상원 열사의 이야기를 그린 ‘님을 위한 행진곡’, 탤런트 박철민과 함께한 컨템포러리 아리랑 콘서트 ‘아리랑 우리랑’ 등을 무대에 올렸다. 또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과 프랑스 클라리넷 앙상블이 출연한‘메리 레봉스스, 즈 그 ‘스톤재즈’ 등의 공연도 열렸다.
광산문예회관에서 공연이 활성화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레 하드웨어도 갖춰지기 시작했다. 무대 덧마루 등을 확충했고 지난 2013년에는 삼성전자에서 독일산 피아노를 기증했다. 또 공연장의 프로그램과 음향, 무대 시스템 등을 체크해주는 ‘문예회관 컨설팅 사업’에도 선정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2014년에는 특별교부세 3억원을 받았다. 1억 7000만원을 들여 조명 시설을 확충했고 음향, 무대 보완 등의 사업을 지난 2월초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광산문예회관의 성과는 외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2014 지역협력형사업 전국 성과 공유 워크숍’에서 전문가 심사를 거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광산문예관의 변화는 문화를 바라보는 자단체장 마인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광산구청은 지난 2011년 자치구 처음으로 문화기획 전문위원으로 이현숙(48)씨를 선발했다. 이씨는 전주시립극단 단무장, 전주전통문화관 공연과장, 전주 세계소리축제 행사부장 등을 역임하고 중앙대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전문가다.
광산문예회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결과 보고서도 만들고 있다. 올해 발간된 세번째 보고서에는 광주여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3개 상주단체 사업 소개와 함께 타 지역의 사례, 각종 지표 등 공연장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타 공연장들이 꼼꼼히 읽고 벤치마킹할 내용들이 많다.
이현숙 전문위원은 “광산문예회관에서 하는 공연들을 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고, 마니아층도 생겼는데 앞으로 유공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숙제라며 “문화와 관한 자치체장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5. 2. 24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