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달 31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펼쳤던 연주회 모습 .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전공 최초 여성오케스트라
다양한 주제 470회 공연·객원지휘자 장점… 22일 정기연주회
김유정 단장
창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김금아 단장에 이어 2006년부터 단장을 맡고 있는 김유정 단장을 만나 광주여성필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주여성필 탄생 배경에는 사연이 있다. 1999년 당시 김 단장은 광주시립교향악단 첼리스트로 활동 중이었는데, 여성인권이 크게 발전하지 않은 당시 음악인들 사이에서 “여자는 집에서 가사·육아에 전념하느라 연습에 소홀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김 단장은 “편견에 주눅들 게 아니라, 함께 모여 실내악 등을 더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광주시향 현악 단원들과 목포 시향 단원, 대학 출강 중인 강사 등을 모았고 20명의 현악 연주자들이 모여 ‘광주여성체버앙상블’ 출범시켰.
당 단들 매일같이 연습을 거듭할 만큼 의욕적이었어요. 전남대·조선대 대학 연습실이나 방송사 스튜디오 등을 전전하며 연습했죠. 그 덕인지 그 해 9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창단 연주회에서 1700여석이 만석을 이뤘습니다.”
2010년 오케스트라로 변신한 광주여성필의 가장 큰 장점은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매 공연마다 지휘자를 초청해 무대를 준비하는 ‘객원 지휘자 체제’다. 새로운 지휘자가 찾아올 때 늘 긴장하고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으며, 지휘자가 바뀔 때마다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서다. 김 단장은 매 공연 이익금을 공금으로 모아둔 후 더 좋은 지휘자를 초청하는 데 썼고, 이것이 광주여성필의 성장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광주여성필이 자랑하는 또 하나는 ‘연주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광주시향에서 활동할 때 2~3년에 한번씩, 기존 단원이 은퇴해야 새 단원을 뽑는 걸 보고 오케스트라의 꿈을 가진 이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광주여성필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광주여성필은 소외계층에게 음악의 기회를 주고자 다문화 M(Multiculture)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지난 2010년부터 ‘사회환원사업 음악나눔’의 일환으로 다문화음악학교를 운영하며 다문화 가족 75명에게 무료 악기교육을 펼쳐 왔다. 지금까지 8번에 걸친 정기연주회를 가졌고, 지난 2013년엔 광주문화재단으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단장이 가장 보람찬 순간은 함께 한 단원들이 “이번 연주로 행복했다” 등 메시지로 애정 어린 연락을 보내올 때다.
“단원들이 여성이다 보니 혼, 산, 육아 에서 애로사항이 깁니. 단원 중에는 10여년이 넘도록 함께 했지만 결혼 후 멀리 외지로 떠난 단원도 있어요. 그런 단원들도 광주여성필을 잊지 않고 찾아와 연주회에 참여하고, 임신 중인 단원도 “현악은 임신 9개월차라도 연주할 수 있다”면서 함께 연주하려는 모습을 보면 뭉클합니다.”
김 단장은 광주여성필의 원동력이 서로간의 신뢰에 있다고 말했다. 단장은 단원들의 시간·개인 사정 등을 배려하며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하고 단원들은 단장의 의견을 믿고 따른다는 설명이다. 이런 신뢰 관계는 단장-단원뿐 아니라 타 단체와의 협력관계에서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여성단원 뿐이라 힘 있는 연주는 못 할 것’이란 편견이 아직 남아있는지 오해를 많이 받아 왔어요. 저희는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 공연 엔 초청자에게 감하다 연락 드립니다. 런 식으로 서로 신뢰가 생겼는지, 지금은 여러 곳에서 협연 요청을 받아 한 달에도 4~5회의 공연을 하고 있어요. 광주여성필은 민간단체임에도 단원들이 가진 자부심과 소속감이 남다릅니다. 앞으로도 좋은 지휘자와 협연자를 만나, 멋진 곡으로 연주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광주여성필은 지난 2016년도쿄 산토리홀에서 초청연주회 ‘고아 3000명의 어머니 윤학자 여사를 기리며’를 열었으며, 평창올림픽 문화 초청공연에서 광주시 대표로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또 광주시립발레단과 ‘백조의 호수’, ‘라 실피드’ 공연을 함께 하는 등 시립예술단 등과 65번에 걸친 협연 무대를 펼쳐 왔다.
한편 광주여성필은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54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이날 공연은 독주 무대부터 9중주까지 연주자가 한명씩 어나며 행되는 독특한 무대 선보인. 관객이 무대 위에 올라와 연주자 바로 앞에 앉아 관람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 무료좌석’이 150여석 마련된다. 무료 관람. 문의 062-262-0579, 010-3625-5115
유연재 기자
2019. 6. 18 광주일보 문화종합면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