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속 크리스마스
차이코프스키 ‘슬리퍼’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
다양한 레퍼토리 오페라
크리스마스 오페라 하면 생각나는 것은 크리스마스이브 카페 모뮈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인 푸치니의 ‘라 보엠’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 올려 않아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들도 꽤 많다.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슬리퍼(영어로는 슬리퍼로 번역이 되었지만 러시아 여인들이 신는 부츠를 의미한다)’는 몇 해 전 본인이 쓴 오페라인 ‘대장장이 바쿨라’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버전으로 러시아의 문호 니콜라이 고골의 문집 ‘디칸카 인근 농장에서의 전야’ 중 ‘크리스마스이브’ 편을 주제로 했다. 고골의 ‘크리스마스이브’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에 의해서도 동명의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비슷한 얘기로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눈의 아가씨’라는 오페라도 작곡했다. 두 작곡가의 오페라들은 모두 러시아의 신화를 바탕으로 내용이나 음악이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오페라 ‘슬리퍼’의 초연은 차이코프스키 자신의 지휘 데뷔 무대였으며, 스키 코르사코프는 ‘눈의 아가씨’ 희극을 직접 오페라 대본화 시켰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멀티 플레이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인 메노티의 오페라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은 무대가 아닌 방송을 위해 쓰여진 최초의 오페라다. 미국 NBC 방송이 작곡가에게 리스마스를 위해 의한 작품으로 1951년 12월24일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방영되어 5백만 이상이 시청했다.
메노티는 작품을 의뢰받고 고민하다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으로 아기예수를 찾아가는 중에 아말과 그의 어머니를 만나그 집에서 쉬어가라고 하면서 시작되는 이 오페라를 쓰게 되었다.
독일 작곡가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훔퍼딩크의 여동생이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바탕으로 한 크리스마스 가사말을 가져와 노래를 붙여달라고 하자 오빠 훔퍼딩크는 내친김에 오페라로 만들기로 한다. 1893년 12월 23일 독일 바이마르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이듬해 함부르크 공연에서는 말러가 지휘했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고 초연 시기에 했던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린이들을 위해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다.
이 밖에도 힌데미트의 ‘긴 크리스마스 만찬’, 브리튼의 ‘어린 굴뚝 청소부’, 셰파드의 크리스마스 오페라 3부작 등 의외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오페라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공연되지 않은 작품도 많다고 하니 다음해부터는 한국의 음악인들이 오스트리아 사람들만큼 일찌감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서 앞서 언급된 레퍼토리들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좋겠다.
2014.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