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터하지家와 하이든
에스터하지 가에 헌정한 하이든의 오페라 ‘뜻밖의 만남’이 에스터하지 궁에서 연주되는 모습.
스물아홉에 부악장 임명
4명의 주인, 작곡가로서 대우
‘사계’ 등 90여편 교향곡 작업
그는 스물아홉에 합스부르크가에 크게 공을 세웠던 명문가인 에스터 부악장으로 임명되어 지금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국경 근처에 있는 에스터하지 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 가서 작업한 첫 곡이 6, 7, 8번 교향곡이다.
6번 교향곡 아침에는 해가 뜨는 모습과 오전에 성악 레슨을 받는 장면을 패러디한 부분도 있고, 7번 교향곡은 하루 중 하는 일이 많은 낮 시간을 가장 크고 화려하게 표현했으며, 8번 교향곡 저녁에는 여름 폭풍을 묘사하기도 했다.
하이든은 에스터하지 가에서 30여년을 일하면서 4명의 주인을 만났다. 중간에 예술에 관심 없는 주인을 만나 오케스트라가 해체 되는 우여곡절을 겪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아주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주인들의 후원과 사랑을 받았다.
에스터하지 가 사람들은 하이든이 온전히 창작활동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하이든이 하는 실험적인 곡들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간섭하거나 고용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작곡가로서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
편식이 없는 주인 덕분에 하이든은 같은 재료를 가지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었고, 혹은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색다른 재료를 넣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가능했다. 그것이 다작을 했음에도, 궁정 악장직으로 고용된 작곡가였음에도 하이든의 모든 곡이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정성스럽게 껴는 유.
좋은 환경과 후원이 있었기에 하이든은 그곳에서 자신의 교향곡 104곡 중에 90여 편에 가까운 교향곡을 썼고 말년에는 ‘천지창조’와 ‘사계’ 등의 오라토리오를 쓸 수 있었다. 하이든이 교향곡 자체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에스터하지 가의 오케스트라와 일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과 시도를 통해 교향곡의 기반을 만들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교향곡의 형태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그에게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에스터하지 가문은 음악 애호가로서 좋은 마음으로 하이든과 함께 했었기에 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후원자로 지금까지 칭송받는 호사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이든 또한 성실함과 충성심, 온화한 인격이 아니었다면 좋은 곡을 쓸 수도, 좋은 주인들을 만나 풍요로운 생활 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음악을, 음가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제 2의 에스터하지 가문 사람처럼 될 수 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제 2의 하이든, 특급 요리사를 찾는 일이 아닐까.
201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