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의 빛나는 제국 예찬-라 발스
비엔나 왈츠를 그린 작품
곡이 탄생하기까지 14년
혼란스러운 당시 모습 투영
수 십 년째 하고 있는 음악회이지만 그 인기가 아직도 계속되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바로 CD와 DVD 판매가 시작됐고, 벌써 내년 신년음악회 지휘자와 빈 필하모 연주를 기대한다는 보도가 나갔다. 비엔나 출신이거나 비엔나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지휘자를 초빙하는 그간의 전통에 따라 2016년에는 비엔나에서 공부한 라트비아 출신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지금도 여전히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가장 호화롭고 빛나던 시절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그 때를 잊지 않는다. 그래서 사교계의 꽃이었던 왈츠가 연주되는 신년악회에 대한 오스트리아 람 복잡미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을 그리워한 것은 오스트리아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화려했던 오스트리아가 1차 세계대전으로 잿빛이 되었을 때 프랑스 작곡가인 라벨도 찬란했던 제국의 빛으로 되살리고 싶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런 마음을 대변해 주는 곡이 ‘라 발스’다.
라벨의 ‘라 발스 (왈츠, La Valse)’는 1906년 왈츠의 왕인 요한 슈트라우스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해 완성하지 못하고 1914년에 교향시 ‘빈’이라 는 제목으로 진로를 바꿨다가 1919년 안무가 세르게이 댜길레프에게 발레를 위한 곡을 위촉받고 ‘라 발스, 발레를 위한 시’로 최종 수정해 이 곡이 탄생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라벨은 비엔나 왈츠를 그린 작품의 서문에 이렇게 묘사했다. “흔들리는 안개 속으로 왈츠 추는 남녀들이 있. 점 구은 걷히고 주 홀에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장면이 더 늘어난다. 갑자기 샹들리에의 불빛이 번쩍인다. 1855년 경 한 황실의 궁전이다.”
제시부와 발전부에는 라벨의 환상으로 버무려진 6개의 비엔나풍의 왈츠가 나온다. 재현부(원래는 제시부가 다시 되풀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에서는 제시부에 나왔던 왈츠들이 점점 어지럽게 얽히면서 더 이상 왈츠를 출 수 없게 모든 것이 어긋나버린다.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려 했지만 라벨에게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상은 너무나도 끔찍했던 것이다. 라 발스는 혼란스러운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있다.
왈츠는 돌고 도는 춤, 좋은 시절에 대한 회상이다. 스텝이 엉켜서 춤이 끝나면 좋은 시절도 끝이지만 혼돈이 되풀이 되 운명의 수레바퀴에서도 어날 수 있는 것 역설적이다. 시대를 벨 거에 비춘다면 우리는 어떤 춤을 추며 끝은 어떨 것인가.
2015.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