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음악회
빈 필하모닉 포스터
공연자ㆍ곡목ㆍ날짜만
유명 지휘자는 큰 글씨
클래식 전체 인구가 적고 여러 가지 면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클래식 시장은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걱정이 많다. 홍보를 하려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와 색른 이 공연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공연하는 곡들이 꼭 연인과 상관이 없다 할지라도 ‘연인들을 위한 로맨틱 콘서트’ 라고 이름을 붙이면 조금이라도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클래식계에도 공중파 등에서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일명 ‘스타 음악가’들이 있다. 스타 음악가들은 팬들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공연을 주최하는 측에서는 객석을 메우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 공연의 음악적인 질은 장담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지도와 실력은 대부분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엔나에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공연장인 무직페어라인의 공연 홍보 포스터를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울 지경이다. 무직페어라인의 황금을 상징하는 색 이 검정글씨로 공연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곡목 그리고 날짜만 적혀있을 뿐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연주자의 음악계에서의 입지(인지도와는 다른 개념이다)에 따라 이름의 글자크기가 더 커지고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만약 공연하는 사들과 관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할 경우에는 곡목이나 작곡가의 이름이 제일 큰 글씨가 된다. 어떠한 사진도, 다른 화려한 색도 쓰지 않은 금색바탕 검정글씨의 포스터가 얼마나 부럽고 대단해 보이는지 모른다. 음악회에서 누가 연주한다는 것, 어떤 곡을 한다는 것 외에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한국에서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이 관객유치를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음에 박수를 보낸다. 사람이 와야만 그 다음 연주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사람이 오게 하려면 음악적인 욕심은 조금 양보하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선곡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실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유명하다는 사람들을 무대에 세울 수밖에 없는 음악인들의 고충이 점차 해소되고 나아지기를 바란다.
한국의 공연문화가 개선되는 데는 음악인들과 음악회를 는 행정인들의 많은 노력이 구될 것다. 객 수가 아닌 공연의 질로 공연이 평가될 수 있어서 음악인들이 음악적인 양심을 지키고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질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어오기를.
2014.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