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관련된 음악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디즈니에서 만든 판타지아 2000에 삽입되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교훈을 잔소리 같지 않게
동물에 빗대어 풍자한 곡
7~8년 인고의 과정을 한풀이라도 하듯 여름내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가 유럽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곤이었다 분명 작곡가들의 귀를 자극했을 것이고 매미협주곡 정도는 누군가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에 관련된 곡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사육제 행렬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는데 사육제란 가톨릭 종교행사로 금욕을 해야 하는 사순절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마실 수 있는 축제를 말한다.
‘두 대의 피아노,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플릇, 클라리넷, 하모니움, 실로폰, 첼레스타를 위한 동물학적 환상곡’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여기서 ‘동물학적’이란 말은 동물로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동물에 빗대어 생상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풍자적인 곡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작곡가였던 라모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모 느껴지게 쓴 곡도 있고, 화려한 테크닉에만 치우치는 당시 피아니스트들을 비꼬기도 했고,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에 나오는 아주 빠른 캉캉 리듬을 반대로 거북이로 표현해 답답하게 만드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으며, 자신을 조롱한 적이 있었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파우스트의 천벌’ 중 한 곡을 비틀어 그에게 대응한 곡도 있다. ‘동물의 사육제’ 14곡 모두 생상스의 사연(?)과 위트로 버물어져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든다.
우화를 얘기하는 이유는 인격화된 동물로 교훈을 잔소리 같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인데 작곡가들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생상스처럼 동물로 풍자한 경우가 꽤 있다. 프랑스 작곡가 뒤레와 뿔랑 두 사람은 프랑스의 시인 귀욤 아폴리네르가 쓴 시집 ‘동물우화집’에 는 에 음을 어어연(일련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모음)을 썼다.
연가곡에는 코끼리, 파리, 사자, 올빼미, 뱀 공작새, 비둘기 등의 성격을 의인화하여 나타냈고 두 작곡가들은 다른 스타일의 음악으로 개성 있게 표현해냈다. 체코 작곡가 야나첵은 연재만화를 보고 암여우와 사람들의 이야기로 교훈적인 내용의 오페라 ‘비스트루슈카’를 작곡하기도 했다.
다시 매미 얘기로 돌아와서, 매미는 자신이 우는 소리 외에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수많은 얘기들과 수많은 아름다운 소리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매미는 어찌 보면 딱한 곤충일지도 모른다. 매미처럼 내 소리만 내지 말고 남 얘기도 듣고, 작곡가들이 동물에 빗대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 공감하려고 귀를 쫑긋 세운다면 아침부터 목 놓아 울어대는 매소리보다 더 크게, 더 강렬하게, 로는 달콤게 려오 것이 있을 것이다.
2014.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