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크리스마스 ‘호두까기 인형’
죽은 여동생 생각하며 작곡
요정춤 ‘첼레스타’ 잘살려
짧고도 아름다운 곡 많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공연은 바로 ‘호두까기 인형’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마왕’이 원작이다. 주인공 클라라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삼촌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게 되고 모두가 잠든 밤,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거실에 갔다가 생쥐마왕과 호두까기 인형이 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게 된다. 클라라는 슬리퍼를 던져 생쥐마왕을 물리치고 호두까기 인형은 왕자로 변해 과자의 궁전으로 데려간다. 왕자와 함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하다가 아침에 깨어 보니 꿈이었다는 내용이다.
1890년 발레곡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성공을 거둔 차이코프스키는 상트 페터스부르크 오페라극장으로부터 또 다른 발레곡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2막짜리 극본으로 만들었고 1892년 12월에 상트 페터스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들으면 모두를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놓는 ‘호두까기 인형’은 아픈 사연이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곡을 의뢰받은 중에 여동생의 죽음을 맞이한 것. 큰 실의에 빠져 우울증으로 시달리다가 극 중 주인공 클라라와 왕자처럼 여행을 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그에게 와 닿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여동생을 사탕나라 요정으로 생각하고 작곡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탕나라 요정이 나오는 곡에 애정이 있었는데 특별한 악기를 쓰고 싶었던 차이코프스키는 프랑스에서 우연히 ‘첼레스타(건반악기로 뮤직 박스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를 발견하고 그 소리에 반해 사탕요정의 춤에 첼레스타를 사용했다. 사탕요정의 춤은 첼레스타를 사용한 곡 중에 첼레스타의 장점을 캐릭터에 가장 잘 녹여낸 곡이 되었다.
호두까기 인형에는 러시아, 아라비아, 중국 등의 민속춤과 사탕요정의 춤, 꽃의 왈츠 등 짧으면서도 아름다운 곡들이 많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춤곡 중에서 8곡을 발췌하여 연주용으로 만든 모음곡 또한 차이코프스키가 직접 지휘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첫 부분만 들어도 어릴 때 느꼈던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죽은 여동생이 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곳처럼 아름다운 곳에 가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니면 여동생과의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그렇게 환상적인 곡을 썼는지도 모른다. 왠지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나를 동화나라로 인도해주는 호두까기 인형이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면 아직은 순수하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2013.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