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들을 대하는 현실, 음악가들이 대하는 현실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동료 생각하는 마음
재치있는 퍼포먼스 곡
음악가들이 가장 속상할 때는 음악가들이 음악가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이다. 작품 혹은 공연에 대한 혹평 보다도 더 서러운 것은 배려를 해주지 않는 마음 때문이다.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가가 ‘연주 한번 그냥 해주면 안 되나’ 하고 쉽게 생각하고 실례를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음악을 했다는 사람이 음악가들을 대표하는 자리에 섰을 때 음악가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보호는 해주지 못할망정 예술이나 음악가 외의 다른 이익만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 사회가 음악가들을 대하는 현실
재능 기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이렇게 좋은 말이 있을 수 있을까 했다. 기부라는 것이 꼭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형태가 있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재능기부를 남용하여 ‘강제동원 및 노동착취’의 다른 말로 쓰이는 사례들이 사회 곳곳에 늘고 있어 참 안타깝다.
●관객이 음악가들을 대하는 현실
사람도 사람을 건강한 방법으로 좋아해야 하듯 음악가들의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고 오래도록 음악가들을 보고싶다면 그들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줘야 한다. 음악가가 관객의 마음을 아예 외면한 채 자기 것만 고집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릫아는 곡릮만 투정하는 태도 또한 성숙해야 할 부분이다. 음악가들이 대중 매체에 노출이 잦아지면 인지도는 얻지만 음악적으로는 삼천포로 빠져 버리기 일쑤다. 릫그림릮을 위하여 연출되는 많은 부분이 실제로 음악가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 모른다. 예를 들면 소프라노에게 유명한 곡을 해야한다며 메조소프라노가 불러야 하는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요구한다거나 곡이 길다고 중간에 자르라고 하는 것 등… 이렇다보니 점점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음악계에서는 멀어져가는 게 슬픈 현실이다.
● 음악가들을 대하는 좋은 예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이 만들어진 이유를 보면 하이든이 동료 음악가들을 생각하는 마음, 악단 대표로서 처세 등 배울 점이 많다. 하이든은 에스터하지 후작의 악단에 악장 겸 지휘자로 있었는데 이 후작은 원래 사는 아이젠슈타트 궁을 떠나 여름마다 여름용 별궁에 악단을 리 . 그 곳에서는 하이든 외에 4명만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고 나머지 연주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었는데 가을이 왔는데도 후작이 본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이든은 기발한 생각을 해냈고 고별 교향곡을 만들었다.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한 악기씩 일찍 연주가 끝나고 연주가 끝난 주자들은 촛불을 끄고 퇴장했고 마지막에는 바이올린 주자 두 명만 남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에스터하지 후작은 하이든의 메시지를 알아차렸고 단원들을 집으로 보내주었다. 하이든의 위트를 이해한 센스나, 요구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즉시 이행한 후작의 태도도 본받을만하다.
음악가들도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단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음악으로 풀어낼 뿐. 음악가들을 대하는 방법에 차별을 두거나 특이사항으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골방에 틀어박혀서 더욱 아름다운 한 음을 내기 위해 씨름하는 모습이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신선노름 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혹시나 음악가들이 오랜 인고의 세월로 얻은 것들을 쉽게 생각할까 걱정이 될 뿐이다.
인지도를 얻은 음악가들일수록 책임감을 가지고 안되는 것은 된고 확실하게 할 있고, 음악적인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어설픈 딜레당트가 되지말고 음악을 사랑하는 것도 프로가 되기를 바래본다.
2014.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