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자극하는 오페라, 카르멘
브람스를 감격케한 오페라
여러 편곡 버전ㆍ세편의 발레
영화ㆍ뮤지컬로도 제작
카르멘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뤼도비크 알레비와 앙리 메이야크가 프랑스어 대본을 만들고 비제가 음악을 입혔다. 1875년 초연에는 프랑스 음악계를 이끌던 작곡가 구노, 마스네, 오펜바흐 등 예술계 인사들이 총 출동했고 이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예술가들에게는 박수 받은 작품이었지만, 관객들은 내용에 거부감을 느끼고 냉담한 반응을 보여 초연은 절반만 성공했다. 원작 소설에서 자극적인 부분을 많이 순화하여 대본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보는 가족이 다 같이 보는 전체 관람가이던 분위기에서 하층민의 격한 생활과 치정살인 등의 비도덕적인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힘든 소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가녀린 공주형 여자 주인공(대체로 소프라노)이 정석이던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달리 거친 포스를 내뿜는 유혹적인 집시 역할(메조 소프라노)은 관객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비제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카르멘 초연으로부터 3개월 뒤 사망하고 만다. 비제의 사망 이후 점차 그의 매력적인 음악이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전 세계에 카르멘 붐이 일었다. 여러 가지 버전의 관현악 편곡 버전이 나왔고 세 편의 발레도 만들어졌다. 지금까지도 오페라는 물론이고 오페라 중에서 몇 곡을 발췌해 엮은 카르멘 모음곡은 자주 연주되는 인기 있는 레퍼토리다.
오페라 카르멘에 대부분 일반들 귀에도 익숙한 곡들이 가득하다. 오페라 카르멘에는 스페인집시음악, 프랑스풍의 고급스러운 멜로디, 쿠바풍의 음악 등 다양함이 있어 더 매력적이다. 듣기에도 좋은 것은 물론이고 분석을 해보면 해볼수록 비제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관현악법을 공부하고 싶으면 비제의 카르멘을 공부해라. 버릴 음이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틀린 것이 없다. 모든 악기의 특성을 이용하여 적절한 배치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자재로, 하지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비제의 센스와 능력이 돋보이는 오페라다.
원작 소설보다 오페라로 유명해진 카르멘은 사람들이 점차 그 소재에도 매료되어 15편 이상의 영화로 제작이 되었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차이코프스키마저도 카르멘에 깊은 인상을 받고 본인의 오페라 ‘스이드 퀸’에 나오는 멜로디를 차용하기도 했다. 오페라 카르멘이 없었더라면 이 같은 2차적인 창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곡을 듣다 보면 ‘이 작곡가는 이 곡을 쓰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 때가 있다. 특히 37살 젊은 나이에 요절한 비제 같은 작곡가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비제의 마지막 지상임무가 카르멘이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오페라 카르멘은 그의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2014. 7. 16